이 글은 AI가 만든 작품, 저작권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은 과연 누구의 소유물인가?
최근 몇 년간 우리는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며, 소설을 쓰는 시대를 목격했다. 텍스트로 “고흐 스타일의 노을 풍경”이라고 입력하면 수 초 만에 멋진 그림이 나온다. 이제 더 이상 창작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 아니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 즉, 인간이 창작 행위를 통해 독창적인 결과를 만들어냈을 때 저작권이 인정된다. 하지만 AI는 인간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법률 체계에서는 AI 자체가 창작자로 인정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두 가지 논점이 생긴다.
AI를 개발한 기업(혹은 프로그래머)이 저작권자일까?
AI를 사용해 지시를 내린 사용자(프롬프트를 입력한 사람)가 저작권자일까?
예를 들어, 내가 ChatGPT에게 “봄의 따뜻한 오후를 묘사하는 시를 써줘”라고 요청해 얻은 시를 책에 실었을 때, 그 시의 권리는 누구에게 돌아가는 걸까? 이 질문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예술·출판·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문제다.
실제 판례와 논란 사례
이 문제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미국: AI 작품의 저작권 부인
2023년,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은 한 작가가 MidJourney로 생성한 이미지를 만화책에 사용하려 하자, 해당 이미지에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의 창작성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스토리와 대사처럼 인간이 직접 쓴 부분은 저작권을 인정했다.
영국과 EU: 인간 개입 여부에 따른 판단
영국 저작권법은 AI로 만든 창작물이라도 ‘그 과정을 설계하거나 지시한 인간’에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U도 비슷한 방향에서 논의 중이다. 즉, AI 자체가 아닌, AI를 활용한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핵심이다.
중국: 최초의 AI 저작권 인정 판례
흥미롭게도 중국에서는 2019년, AI가 자동 생성한 뉴스 기사에 대해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린 사례가 있다. 이는 저작권 개념을 확장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 법률 공백 상태
한국의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 창작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AI가 단독으로 만든 작품에는 아직 법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학계에서는 AI 창작물 보호 여부를 두고 연구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AI는 아직 법적으로 창작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선을 긋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 어느 정도 개입했을 때 저작권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의 쟁점과 사회적 파장
AI 창작물 저작권 문제는 단순한 법적 논쟁을 넘어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첫째, 예술가들의 생존권 문제다. 만약 기업들이 AI로 손쉽게 음악·그림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법적으로도 저작권 보호를 받게 된다면, 기존 예술가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저작권을 아예 부여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AI 작품을 자유롭게 복제·활용할 수 있게 되며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둘째, 창작의 정의 변화다. 지금까지 예술은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의 산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AI가 ‘창작자’의 자리에 서게 되면, 우리는 창작의 의미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 단순히 “키워드”만 던졌을 뿐인데도 그 결과물이 독창적이고 아름답다면, 그것을 창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셋째, 법적 제도의 필요성이다. 현재는 국가마다 제각각의 판례와 기준을 가지고 있어 혼란스럽다. 하지만 AI 창작물이 국제적으로 거래되고 공유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글로벌 차원의 규범이 필요하다. 저작권 보호 기간, 권리 귀속 주체, 이용 범위 등을 국제적으로 조율하지 않으면 끝없는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문제도 중요하다. AI가 과거 예술가의 작품을 학습한 뒤,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대량 생산한다면 이는 ‘창작’일까 ‘표절’일까? 창작과 모방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으며, 이 문제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윤리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AI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단순한 기술 논의가 아니다. 그것은 “누가 창작자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이며, 예술·산업·법률이 한꺼번에 얽힌 거대한 사회적 과제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국가는 AI 자체를 창작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사용자의 개입 수준, 개발자의 기여, 사회적 합의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정한 기준이다. 인간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AI 창작물의 활용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AI는 인간의 도구일 수도, 동반 창작자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저작권의 주인”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예술과 창작의 의미는 근본적으로 다시 쓰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