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AI가 실패하는 순간들: 환각(Hallucination)과 그 해결법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환각이란 무엇인가 – 똑똑한 AI의 거짓말
요즘 인공지능과 대화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다. AI가 너무나 자신감 넘치게, 그러나 사실은 전혀 틀린 답을 내놓는 경우다. 이런 현상을 AI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챗봇에게 “피카소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는 언제인가?”라고 물었을 때, 실제로는 피카소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AI는 “1957년”이라고 그럴듯하게 대답한다. 또, 존재하지 않는 논문 제목이나 가상의 웹사이트 주소를 생성하기도 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오류와 다르다. 보통의 오류라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AI 환각은 마치 인간이 착각에 빠진 듯 “허구를 사실처럼 꾸며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 접한 사람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즉, 환각은 AI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이며, 지금까지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과제다.
왜 AI는 환각을 일으키는가?
환각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언어 모델의 본질적 한계다. GPT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은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의 확률적 연결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AI는 “어떤 단어 뒤에 어떤 단어가 올 가능성이 높은가”를 계산할 뿐,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 데이터에 없는 질문을 받으면, AI는 빈 공간을 “그럴듯한 말”로 채워버린다.
둘째, 데이터의 불완전성이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는 정확한 정보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사실, 오래된 지식, 편향된 정보가 섞여 있다. AI는 이 데이터들을 학습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오류를 내재할 수밖에 없다.
셋째, 인간의 기대와 상호작용 방식이다. 사용자는 AI에게 마치 모든 답을 알 것처럼 질문한다. 하지만 AI는 질문을 거부하기보다는 대답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인간이 “대답을 원한다”는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그 결과, AI는 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억지로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보면, 환각은 단순한 버그가 아니라 AI가 언어를 다루는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환각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해결책
그렇다면 연구자들은 어떻게 환각 문제를 해결하려 할까? 완벽한 해법은 아직 없지만, 몇 가지 주요 접근법이 있다.
① 외부 지식 연결(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RAG)
AI가 대답할 때, 단순히 훈련된 모델 내부의 지식만 활용하는 대신, 외부 데이터베이스나 검색 엔진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모델은 최신 뉴스나 공식 문서를 검색한 뒤, 그 결과를 근거로 답한다. 이렇게 하면 환각을 줄이고, 최신 정보도 반영할 수 있다.
② 신뢰 점수와 불확실성 표현
AI가 답변할 때 “이 답은 80% 확실합니다”처럼 자신감 수준을 표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부 연구 모델은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 “잘 모릅니다”라는 답을 유도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는 인간 사용자에게 잘못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③ 데이터 정제와 지속적 학습
학습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작업도 중요하다. 또한 모델이 틀린 답변을 내놓을 때마다 피드백을 주고 수정해가는 지속적 학습 루프가 필요하다.
④ 작은 모델의 활용
아이러니하게도, 모델이 클수록 환각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그럴듯하게’ 거짓을 꾸며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전문 분야에서는 대형 범용 모델 대신, 작은 전문 모델을 활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의학, 법률처럼 오류가 치명적인 분야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⑤ 인간-컴퓨터 협력
결국 AI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인간 전문가가 결과를 검증하고, AI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예를 들어, 의사가 AI 진단 결과를 참고하되 최종 판단은 직접 내리는 식이다.
AI 환각은 불편하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현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AI가 아직 인간과는 다르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를 때 “모른다”고 말할 수 있지만, AI는 여전히 “그럴듯한 거짓말”을 생산한다.
앞으로 AI가 진짜 지능으로 발전하려면, 단순히 언어를 잘 이어붙이는 수준을 넘어,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RAG 같은 기술, 신뢰 점수, 데이터 정제 같은 노력이 함께 발전할 것이다.
우리가 AI를 사용할 때도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AI가 말했으니 사실일 것이다”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AI는 유능한 비서일 수 있지만, 진실의 최종 보증인은 여전히 인간 자신이다.